엄청난 수령의 나무는 “인간의 어리석음을, 악행을, 나약함을, 순수함을, 서로를 돕고 아끼는 모습을, 사랑하고 기도하다 어느 날 문득 사라져버리는 찰나의 삶을”(‘작가의 말’에서) 다 보았을 거라고 작가는 말한다. 나무의 눈에서 보자면 인간은 순간을 사는 존재일 뿐이라고. 압도적인 자연의 스케일 가운데서 인간이란 미약하지만 그 ‘단 한 명’들의 낱낱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 또한 이야기하고 싶었던 듯하다. 목화가 중개에서 깨어난 뒤 장소를 유추해 죽은 자들의 마지막 자리를 찾아가보는 장면이 그것이다. 어떤 이는 새벽 가로등 빛이 닿는 건물 입구 계단 벽에 기대어 홀로 죽었다. 어떤 이는 늦은 밤 갓길에 세운 자동차 안에서 쪽잠을 자다가 세상을 떠났다. 어떤 이는 이른 새벽 눈을 떠 옆에 누운 반백 년 넘게 함께한 얼굴을 한번 보고 편안한 잠 속에서 심장이 멈췄다. 사고 현장 혹은 폭력 속에서 사라진 원통한 죽음과 충분히 생을 누려 되살리지 않아도 좋을 죽음 등등 그 모든 마지막을 목화가 끝까지 보았다. 죽은 자가 한 대로 건물 계단에 잠시 기대었다가 떠날 때 생수 한 통을 남겨두고 오는 목화의 발걸음에서 가까스로 살아가는 인간을 향한 작가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.
그리고 이제 작가가 부려놓은 이 세계를 통해 독자는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. 하나의 그릇에 담긴 나의 삶과 죽음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.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. 단 한 사람으로서.[출판사 서평중에서]